“스스로 제 연기에 만족해 본 적이 없어요. 늘 부족하고 아쉽기만 하죠. 재미요? 글쎄요. 아직도 긴장되고 떨리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인터뷰①에 이어) 30년차 배우의, 그것도 다수의 히트작이 있고, 인생 캐릭터도 갖고 있는, 김희원(49)의 겸손함 이상의 발언은 기이할 정도였다. “두려움도 스트레스도 많고 연기에 아쉬움도 큰데 어떻게 긴 시간 해올 수 있었나”라고 물으니, “나도 신기하다”고 답한다.
그는 영화 ‘담보’에서 호흡을 맞춘 아역 배우 박소이를 언급하며 “그저 놀랍고 신기하고 부럽더라. 감탄의 연속이었다. ‘엄마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거냐’라고도 물어봤는데 너무 재미있다고 하더라. 점심 먹고 오후쯤 되면 우리들은 다 지쳐 있는데 아이는 에너지가 넘쳐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즐거워 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뜬금없이 고3때 학력고사 시험을 보다 그만두고 구인정보를 훑어보다가 유일하게 고졸도 뽑는 게 연극이라 무턱대고 시험을 보러 갔다. 태어나서 연극 한 편도 본 적이 없으면서”라고 회상했다.
“얼떨결에 시험에 붙어 연기란 걸 시작했는데 돈도 안 주고 불규칙하고 일만 많고…보람이라든가 재미라든가 뭐 하나 제게 좋은 게 없었어요. 그나마 3년차에 처음 객석에서 연극을 봤는데 그것마저도 너무 재미가 없어서 ‘설마 내가 저렇게 하나’ 싶어 충격을 먹었죠. 수없이 그만둬야겠다 생각하다 기회만 생기면 자꾸 하고 있으니까 10년 정도 지나서 아예 싹을 자르려고 호주로 갔어요.(웃음) 그런데 또 하고 싶은 거예요. 이 일을 사랑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죠.”
“그 후로는 행복했나”라고 물으니, “더 힘들어졌다”고 답해 웃음을 안긴다. 반전의 반전, 솔직하고도 재치 넘치는 천생 이야기꾼이다.
김희원은 “20대는 젊으니 그래도 어려워도 어떻게든 버텼는데 30대에도 돈을 못 버니까 미치겠더라. 또다시 후회했다. 밤마다 청과물 시장에서 손수레도 끌고, 동대문에서 지게도 지고, 수산물 시장에도 다니는 등 어디든 가서 무슨 일이든 다했다. 아르바이트를 끝없이 하면서 그렇게 계속 버텼다. 나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버티다 비로소 영화 ‘아저씨’를 만났다.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느낌이 확 왔다”는 그는 “내 인생을, 배우 인생을 바꿔줄 거란 확신이 있었다. 큰 역할이었고 많은 걸 보여줄 게 기회였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사기라는 의심을 했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사기건 뭐건 받아들여야 할 간절한 시기였다”고 했다.
그런 시간들을 지나 충무로의 대세 배우가 된 지금은 새로운 변화, 연기의 완성도에 온 정신이 집중돼 있단다.
“요즘 들어 가장 행복한 건 다양한 역할이 제안 온다는 거예요. 감독님들도 기존의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면을 보고 싶어 하시고요. 대중 분들의 눈도 달라진 것 같아 감사하고 뭉클할 때가 많아요. 같은 악역이어도 정통 악역 보다는 오히려 반전 매력이 있는 게 더 많이 들어오고 생각지도 못한 것도 있고요. 그런 과정에서 제가 인간적으로나 배우로서나 더 성숙해질 수 있다고 믿어요. 좋은 연기로 지금의 응원에 보답하고 싶어요.”
김희원은 지난 29일 개봉한 영화 ‘담보’ 와 ‘국제수사’로 추석 연휴 극장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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