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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종범은 구속, 돈 받은 주범은 불구속, 이게 정의고 법치냐 - 법률저널

[사설] 종범은 구속, 돈 받은 주범은 불구속, 이게 정의고 법치냐 - 법률저널

조국 법무장관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사법부마저 살아있는 권력 앞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조 장관 일가가 운영하는 사학재단 웅동학원의 교사 채용을 둘러싼 종범 2명은 구속되고, 정작 2억 원을 받은 주범인 조국 법무장관 동생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기 때문이다. 조국 법무장광 동생의 영장을 심리한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미 이루어진 점, 배임수재 부분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수회에 걸친 피의자 소환조사 등 수사경과, 피의자 건강 상태, 범죄전력 등을 참작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지만, 피의자가 도망갈 우려가 있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을 때, 범죄 혐의가 상당할 때는 구속해 수사를 계속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영장 기각은 국민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다.

특히 영장 심사를 포기한 경우 구속이 안 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5∼2017년 영장심사 불출석 피의자가 구속을 피한 사례는 101건 중 단 1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영장 심사를 포기한 피의자 32명에게 모두 구속영장이 발부돼 기각 사례는 ‘0’이었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영장심사에 불출석해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역시 구속을 피하지 못하고 수감됐다. 법조계에서 ‘확률 제로’로 통하는 일이 조국 법무장관 동생에게 적용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웅동학원 교사 지원자들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받은 종범 2명은 이미 구속됐는데도 주범인 조 장관 동생이 구속을 피했다는 건 ‘비정상의 극치’다.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 왜 조 장관의 동생에게만 일어나는 것인지 일반 국민도 여간 뜨악하지 않다.

게다가 이번 영장 기각은 여권 실세가 이끄는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조국 일가 수사와 관련해 “검찰권 남용의 방관자”라는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판사들을 압박하는 보고서를 공개한 직후에 나온 것이다. 보고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 개혁’ 다짐이 무색하게도 법원은 무분별한 검찰권 남용의 방관자로 전락했다” “김명수·윤석열 체제하에서 먼지떨이, 마녀사냥식 수사와 여론 재판이 이뤄졌다”며 법원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연구원의 보고서 발표는 정 씨를 비롯한 조 장관 사건 핵심 관련자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라고 법원을 압박했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행동이다. 같은 날 조 장관이 검찰 개혁 추진 일정을 발표하며 ‘반복적이고 광범위한 영장 청구’ 관행을 고치겠다고 강조한 것도 부적절하다.

법조계에서도 “영장 발부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거센 비판이 나왔다. 전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였던 이충상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법원 스스로 법원에 오점을 찍은 날”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2억 원을 전달한 종범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는데, 2억 원을 받고 금품 공여자들을 교사로 채용한 주범인 조국 동생에 대해 영장 기각을 한 것은 큰 잘못”이라며 “그 범죄 하나만으로도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봐 구속해야 한다”고 했다. 조 장관 동생 같이 중대한 범죄가 불구속이면 구속될 사람이 있겠는가? 조 장관 동생보다 더 가벼운 범죄로 구속돼 있는 피의자들은 통곡할 일이다. 이런 사법부를 누가 신뢰하고 법치주의를 믿겠는가?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분명 사법정의에 반한다.

불법 척결에 함께 노력해야 할 법치 기관들이 오히려 검찰 수사를 방해하는 행태들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태다.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이런 사법방해 진상을 반드시 규명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거쳐 조 장관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사법정의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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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0 09:45:5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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