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쉽고 예쁜 우리말 쓰기] [2] 일본식 건축용어는 이제 그만
일본식 건축 용어가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경우는 빠루 말고도 꽤 흔하다. 우리말을 두고도 일본식 용어가 버젓이 쓰인다. 일본어 도카타(土方)에서 온 '노가다'는 막일꾼으로, 크다는 뜻의 일본어 오오(おお·大)에 영어 'hammer'가 합쳐진 '오함마'는 큰 망치로 바꿔 쓸 수 있다. '알기 쉬운 한국 건축 용어 사전'을 쓴 명지대 건축대학 김왕직 교수는 "흔히 쓰는 '함바'는 '현장 식당'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용어는 어원에 대한 인식조차 없이 쓰이기도 한다. 건축가 임형남은 "뱀의 배처럼 주름이 졌다는 데서 온 일본어 '자바라'를 불어로 아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크레인에서 올리기·내리기를 뜻하는 '마게' '스라게'는 각각 같은 뜻의 일본어 아게루(上げる)·사게루(下げる)에서 온 것으로 보이지만 독일어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어 어원이 분명하지 않다.
현장에는 이런 말을 써야 사정을 잘 아는 것처럼 보이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낯선 말을 쓰면서 '그것도 모르냐'며 신참들을 골탕 먹이는 일도 있다고 한다. 용어가 독특한 어감(語感)을 얻기도 한다. 건축가 양수인은 "할당량을 준다는 뜻의 '야리끼리'에는 그날 꼭 마쳐야 할 일의 범위를 정해주며 힘내라고 격려하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페인트 초벌 칠을 뜻하는 '시다지'가 술자리에서 쓰이면 첫 잔을 쭉 들이켜 위장에 소주로 초벌 칠을 한다는 의미가 된다.
건축·건설 현장의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이런 말은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고 있다. 이를 대체한 우리말이 처음엔 어색할 수도 있지만, 자주 쓰다 보면 곧 입에 붙고 눈과 귀에도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공동기획 : (사)국어문화원연합회
August 05, 2020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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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함마·노가다 써야 현장 고수?… 큰 망치·막일꾼 써도 일 잘해요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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