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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싫어”… 가장 큰 후회로 남는 그 말, 정말 죄송해요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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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감賞 김태린

사랑하는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손녀 태린이에요. 오랜만에 편지를 쓰게 되었네요. 감사한 분께 편지를 쓰려고 했더니 할아버지가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선물을 주신 건 할아버지였으니까요.

혹시 제가 5살 때 주신 쌍안경 기억하세요? 조그만 쌍안경이라 어린 제 얼굴에 딱 맞았고, 저는 그걸 너무 좋아해서 매일같이 가지고 다녔어요. 제가 자기 전까지 가지고 있다가 안고 자는 걸 보시며 웃으셨죠. 저는 아직도 그 쌍안경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은 안경알도 하나 없어지고 낡았지만, 눈물이 나는 일이 있으면 한 번씩 들여다보곤 해요. 할아버지께서 저를 쓰다듬어 주시던 것이 떠올라 마음을 진정할 수 있으니까요. 이 쌍안경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 1호예요.

쌍안경뿐만 아니라 할아버지는 매년 사랑의 열매를 사주셨어요. 사랑의 열매를 사는 시기가 오면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서도 사오셨던 거 기억해요. 제가 쌓여가는 사랑의 열매에도 계속 기부하며 구매하는 건 어릴 때 보여주신 사랑을 실천하는 습관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할아버지께서 어린 제게 사랑을 나누는 법을 알려주셨고, 덕분에 저도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어요. 외롭거나 지칠 땐 이 사랑의 열매를 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면 따뜻한 사랑의 위로가 들려와요.

제게 가장 큰 선물은 할아버지의 사랑 그 자체였어요. 그것도 모르고 투정부리는 제게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으셨어요. ‘할아버지가 싫다’는 듯 말했던, 철없던 제 말에 상처받으셨을 걸 떠올리면 후회가 돼요. 제 삶의 가장 큰 후회로 남은 그 말, 정말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저는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눴던 초등학교 2학년에서 벌써 이만큼이나 자라 고등학생이 됐어요. 그때는 몰랐던 사랑과 배려를 이제야 알게 됐는데, 할아버지를 뵐 수 없다는 게 슬프네요. 저는 언제나 할아버지께서 옆에 계셔주신다고 믿고 있어요. 등·하교할 때 스쿨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늘 할아버지 납골당을 지나요. 저는 항상 거기서 잠이 깨더라고요. 매일같이 등·하굣길에 인사하면서 힘들어도 힘내자고 새로 다짐하는 계기도 됐어요. 저에게 힘이 돼 주셔서, 버팀목이 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들을 수 없는 목소리도, 바래버린 사진도 전부 잊혀 가는 기억의 한 편이 됐지만, 다시없을 소중한 추억들이에요!

저는 다시 태어난다면 또 할아버지의 손녀가 되고 싶어요. 그땐 더 오래오래 함께해서 사랑한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모든 걸 전하며 살고 싶어요.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

가장 사랑하고 아끼시던 손녀, 태린 올림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August 12, 2020 at 08:47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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