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65km 떨어진 곳에 있는 탈(Taal) 화산이 12일(현지시각) 폭발하자 현지 교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화산 폭발 사진과 함께 “집에 보내주세요” “온 세상이 까만 화산재로 뒤덮였다” “정말 무섭다. 공항이 폐쇄됐다”는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실제 탈 화산에서 20km 정도 떨어진 카비테(Cavite)주에 3년째 사는 안영상(40)씨는 “화산재가 하늘 위로 솟아올랐는데 화산 근처는 마치 한국에서 눈이 오는 것처럼 재가 쌓였다”면서 “내 차는 원래 하얀색인데 화산재가 쌓여 까맣게 변했다”고 전했다.
안씨는 특히 “저녁때부터는 유황 냄새가 심했다. 교민들 말을 들어보니 60km 떨어진 곳에서도 유황 냄새가 퍼졌다더라”고 했다. 이어 “일부 동네는 지진의 여파로 단전·단수가 됐다고 해서 생수를 사왔다"면서 "오늘은 상대적으로 하늘이 맑았는데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창문을 다 닫고 공기 청정기를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에서 13년 째 살고 있는 김수연(38)씨도 “탈 화산에서 98km 정도 떨어진 마닐라 올티가스(Ortigas)에 사는데 어제부터 화산재가 날렸다. 학교도 휴교라 도로 위에 사람이 별로 없다”고 했다. 김씨는 “필리핀은 수영장이 많아서 이 물을 갈아야 하는지, 필터링(정수)만 할 것인지를 두고 걱정들이 많다”고 했다.
한편 이번 화산 폭발을 두고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의 대처와 관련해 교민들의 비난도 이어졌다. 안씨는 '대사관에서 안전 문자를 받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모바일 메신저에 대사관을 친구로 등록해놔 경보 알림이 오긴 했다. 하지만 등록이 안 돼 있으면 안내를 못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오늘 대사관이 휴무 결정을 내렸다는데 그건 대처가 조금 미흡한 거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한국대사관은 이날 오전 필리핀 정부의 관공서 휴무령을 이유로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교민들에게 알렸다. 이에 일부 교민은 단체 모바일 메신저 방에서 “응급 상황을 앞두고 서로 발을 동동 구르는 이런 시기에 대사관이 휴무인 게 맞는 건가요” “소방관도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니 불나면 대피해야겠네요” “일본과 영국 대사관은 정상 운영하더라”는 등의 지적을 이어갔다.
이에 대사관 측은 "휴무인 것은 맞지만 일반 행정직을 제외한 사람으로 비상 대책반을 꾸려서 24시간 체제로 비상근무를 서고 있다"며 "지금도 피해 접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다른 교민 김모씨는 “필리핀 관공서도 다 쉬는데 안전을 위해서 대사관이 쉬는 건 어쩔 수 없다. 또 비상운영을 한다고 하는데 논란이 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사관 측은 “아직 한국 교민 중 직접적인 인명 피해 상황이 알려진 건 없다. 폐쇄됐던 공항도 오전 10시부터 출발 편 이륙을 시작했고 정오부터는 비행기 착륙도 재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경보 단계 격상 가능성에 대해선 “화산 활동이 잦아들었지만, 아직 진행되고 있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2020-01-13 08:47:42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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