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사회학자들이 본 부동산
비싸게 산 자신을 바보라 여기지만
더 바보가 더 비싸게 살 거라 믿어
지금 안 사면 평생 못 산다는 불안
최근 30대 부동산 투자 부추겨
1주택자나 무주택자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하지현 교수는 “정부가 투기를 막겠다며 갭투자 등 각종 부동산 투자 수단을 차단하면서 ‘부의 사다리’를 빼앗겼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람마다 갭투자나 전세대출 등으로 집을 넓혀가다 보면 몇 년 뒤에는 좋은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며 “하지만 정부가 이조차 투기로 보고 막자 기회를 잃었다는 상실감이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덕진 교수는 “기득권층인 386세대는 장기적으로 전체 사회를 위해 이익(집값 안정)이 된다면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일 수 있지만 세상은 달라졌다”며 “젊은층은 개개인의 만족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대책의 가장 큰 실수로 집에 대한 대중의 심리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 교수는 “개인의 욕망은 물론 타인의 욕망까지 반영된 공간이 집”이라고 강조한다. 아파트를 ‘쇼핑’할 때, 팔 때를 대비해 남들 눈에도 좋은 집을 고르려는 게 대표적인 예다. 아파트의 계급화는 뚜렷해지고 있다. 김경일 교수는 “가장 비싼 아파트가 몰린 강남에 산다고 규제가 집중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강남에 20~30년 산 사람에게는 아파트가 땀 흘려 열심히 살아 온 증거일 수 있다. 이들의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를 누르면 반발 심리만 키울 수 있다.
수많은 욕망이 녹아 있는 아파트를 정부는 정치로만 접근하고 있다. 장 교수는 “시장 원리에 맡기는 대신 정부가 개입한 순간 시장은 정치화된다”고 했다.
◆“더 오르기 전에 사자”=거듭된 정책 실패는 집값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야 한다’는 인식이 집단적 심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대중의 심리를 ‘더 큰 바보효과’ 이론으로 분석한다. 곽 교수는 “남보다 높은 가격에 집을 산 자신이 바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보다 더한 바보가 더 비싼 가격에 살 거라는 믿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법은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부동산 대책은 타이밍이 중요한 심리전’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중요한 메시지는 강하게, 발표 빈도는 낮춰야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아무리 중요한 대책이라도 자주 하면 둔감해진다는 조언이다. 일관되고 장기적인 시각도 중요하다. 장 교수는 “무조건 옥죄기보다는 부동산 수익률이 과거보다 낮아지게 하는 대책을 10년만 유지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July 14, 2020 at 10:22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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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위에 더 큰 바보’ 심리…정부 졸속 부동산대책 안 통했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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