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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 적용이 스마트병원(?)…큰 착각” - IT조선

yangperistiwa.blogspot.com
입력 2020.09.11 06:00

국내 스마트병원 구심점 서울성모병원 김용식 병원장 인터뷰
스마트폰 접수로 환자 수고 덜고 음성 EMR로 의료진 수고 덜어
"스마트 병원, 디지털 기술 및 기기에 매몰돼선 안돼"
"효율성 높여 환자·의료진 편의 높이는 게 스마트 병원"

"디지털 의료기기와 관련 기술을 병원에 적용했다고 스마트 병원이 되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이를 활용해 환자와 의료진 편의를 높이면서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야 말로 스마트 병원이라고 불릴 수 있습니다."

서울성모병원 김용식 병원장은 최근 IT조선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성모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 병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그는 국내 처음으로 서울성모병원을 스마트병원으로 변화시키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융합한 환자 중심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토록 했다. 그는 특히 ‘음성 전자의무기록(Voice EMR)’ 등을 미국에서 발로 직접 뛰어 공수해오면서 의료 시스템 혁신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김용식 서울성모병원장/ 서울성모병원
스마트폰 진료 접수, 고객 만족도 ↑…음성 EMR, 의사 편의성 높여

서울성모병원이 스마트병원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환자와 의료진의 편의를 위해서다.

김 원장은 "환자의 경우 진료를 받기까지 거쳐야 하는 문턱이 너무 많다"며 "환자들이 접수부터 투약, 수납을 하기 위해 로비에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구나 손에 쥐고 있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면 줄을 서는 시간과 육체적 노동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료진 역시 스마트병원 도입으로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병원이 전부 데이터화되면서 EMR이라는 게 등장했다"며 "환자 돌보기도 바쁜 가운데 일일히 환자 상태를 손가락을 바삐 움직여가며 기록해야 하다보니 일이 더 늘어나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환자 진료, EMR 작성을 비롯해 또 다른 여러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다보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마트병원 추진이 무엇보다 절실했다는 것이다.

그는 "EMR로 인해 병원 업계에서는 환자 관련 데이터가 엉터리로 체크되는 문제가 종종 발생했다"며 "실제 수년 전 한 병원에서 환자가 지병으로 사망했는데, 해당 환자의 3개월치 EMR을 보니 모두 정상으로 기록됐다. EMR을 작성하던 의사가 돌볼 환자가 너무 많다보니 ‘복붙(복사+붙이기)’을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용식 병원장은 ‘음성’을 적극 활용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의사가 말하는 내용을 AI가 인식해 자동으로 글로 기록하는 EMR이라면 의료진 수고를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용식 병원장은 이를 위해 직접 미국 라스베가스로 건너가 EMR 업체 탐방에 나섰다. 업체들을 돌아다니며 아이디어를 얻어왔다. 그 결과 한국어와 영어, 의료 전문용어를 모두 통합시킨 장비를 개발했고 원내 도입을 완료했다.

김용식 병원장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의 음성 인식률은 95%에 달한다. 각종 의료장비 소음과 의료진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수술실에서도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의 말을 정확히 받아 적을 수 있다. 이는 학습 효과다.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원고를 의사가 읽으면 그의 발음과 억양을 학습하고 정확히 인식한다. 이후 의료진이 말하는 대로 기록을 시작한다. 예컨대 의료진이 "환자 증상 띄고 현기증 호소"라고 말하면 음성 EMR은 커서를 환자 증상 칸으로 옮긴 뒤 ‘현기증 호소'라고 기록하는 식이다.

"스마트 병원,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 수고 덜어낼 때 완성"

서울성모병원은 국내에서 우수한 스마트병원이 구축됐다는 평가를 받지만 김용식 병원장은 아직도 멀었다고 진단한다. 그는 완성된 스마트병원을 100이라고 했을 때 서울성모병원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음성 EMR 외에도 아직도 스마트해질 수 있는 것은 너무 많다"며 "현재 병원에 적용된 디지털 기기는 환자 안전과 진료 퀄리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수준’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스마트 병원은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할 뿐 아니라 의료진 업무를 경감시켜 그 시간을 환자에게 쏟을 수 있도록 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며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병원에 들여 놓았다고 해서 스마트 병원이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기가 제 효과를 내지 못하면 무용지물밖에 더 안된다는 설명이다.

이를 확인한 계기는 코로나19 확산이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닥치면서 병원 입구마다 최상급 적외선 체온기를 설치했다가 지금은 철수시킨 상태다"라며 "귓속에 대고 측정하는 체온기보다 온도가 정확하게 측정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 실험 결과 적외선 체온기는 35.3도와 37도를 구분하지 못했다.

첨단 대형 의료 장비는 비용 및 동선 문제에 봉착하게 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환자가 폐 사진을 찍기 위해 엑스레이를 이용할 경우, 일반인과 같은 장비를 사용할 수 없다. 전염성을 이유로 동선도 고려해야 한다. 이 모든것이 현실과 괴리를 만든다.

김용식 병원장은 "아직 국내 디지털 기기는 미세한 차이를 잡아내지 못하는 등 예민하지 못하다"며 "의료기기 산업과 병원 시스템을 모두 효율적으로, 장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판 뉴딜에 아쉬움…"무엇이 ‘뉴(new)’인지?"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뉴딜 정책 속 스마트 병원 설립 계획에 대해서 김용식 병원장은 아쉬움을 내비쳤다. ‘뉴딜’이라고 불리우기에는 새로울 것이 없을 뿐더러 관련 국가전략이 부실하다는 평가다.

김용식 병원장은 "미국과 일본은 4~5년 전부터 디지털 기술 중심 병원이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 정책을 낱낱이 분석해 차별화된 무엇인가를 내세워야만 차세대 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보다 세분화된 국가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정책은 보다 세분화되고 미래 지향적으로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뉴딜 연구과제로 끝나고 말 것이 아니라 장기·지속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국내 의료기기와 관련 기술 수준이 성장하지 못한 가운데 무작정 기술에만 매몰된 스마트병원 구축은 산업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병원이 의료 기기나 관련 기술을 사용해 경영에 도움을 얻는다면 의료기기 도입을 자연스럽게 늘리게 될 것이다"라며 "수요가 늘어나면 의료 기기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의료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앞장서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의료에 융합해 환자와 의료진의 편의성을 모두 높이려 한다"며 "특히 의료진의 업무를 경감시켜 보다 정밀하고 안전한 치료가 가능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의료 시스템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September 11,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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